이전에 코르티솔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요. 우리 몸은 위기를 감지하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에너지 호르몬'? 코르티솔에 대해 (feat.부신피로)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 즉, 긴장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교감신경을 계속 자극한다는 말이 됩니다.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있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위기가 쉴 틈 없이 계속 감지되면 어떻게 될까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교감신경
이전 코르티솔 글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몸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투쟁 반응'과 '도피 반응'입니다. 이때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이 나오는데요. 대표적인 호르몬으로는 이전에 소개해드린, 지속적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코르티솔과 단기적인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에피네프린, 일명 '아드레날린'이 있습니다. 이러한 호르몬들은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부신을 통해 분비됩니다. (부신과 교감신경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기 감지 -> 교감신경 자극 ->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 분비 -> 신체의 스트레스 대항 '반응'
긴장할 때는 오히려 안 아픕니다
흔히 '긴장이 풀리면 아프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긴장할 때 아프지 않은 것 같은 이유는 단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그렇게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위기에 대비하는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몸은 다음과 같이 변합니다.
- 에너지를 극대화합니다 - 무엇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물리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혈관을 수축시켜 피를 빨리 돌게 합니다. 심장박동도 빨라지죠
- 고통을 덜 느끼게 하고 상처는 빨리 낫도록 합니다 - 위기상황에서 고통은 사치(?) 일뿐입니다. 또한 공격성이 강한 과립구라는 백혈구 수치가 증가해 외부 공격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 다른 곳에 쓰일 에너지를 아낍니다 - 1번에 뒤따르는 반응입니다. 다른 곳에 쓰일 에너지까지 끌어모아 최대한 힘을 비축합니다. 평상시 가장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소화를 멈추고 배뇨, 배변 활동도 잠시 멈춥니다.
우리가 긴장상태에서 느끼는 모든 신체적 변화는 위와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한 결과입니다. 열심히 반응해서 성공적으로 긴장상황(스트레스)을 이겨내고 나면 그제야 몸은 정상 패턴을 찾아가고 평화가 찾아옵니다. 아니, 그래야 하죠 원래는.
문제는 '끝나지 않는' 긴장 상태
만약 긴장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된다면 어떨까요? 위에서 설명한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예상을 적어봅니다.
- 에너지를 극대화합니다 - 계속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나중에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될 것입니다.
- 고통을 덜 느끼게 하고 상처는 빨리 낫도록 합니다 - 외부 공격 (바이러스 등)이 없을 때 과립구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과립구는 정상세포를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합니다. 또한 통증이 있어도 이에 둔감해져 알아차리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 다른 곳에 쓰일 에너지를 아낍니다 - 소화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소화에 쓰일 에너지를 장기간 아끼게 되면 소화불량과 함께 에너지도 만성적으로 부족해질 것입니다.
마침내 긴장이 풀리다, 그렇게 되면?
긴장이 계속되는 것은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갑상선 기능장애, 부신피로를 비롯한 여러 대사질환을 유발하죠. 게다가 이렇게 지속된 긴장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 온다면? 그간 위태위태하게 지탱했던 모든 것들이 한 번에 쓰러져버리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필요한 '힘'마저 이미 다 소진해버렸기 때문이죠. 오랜 고생 끝에 낙이 오나 싶었는데 큰 병을 얻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건 바로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긴장상태에 머물러 있는 내 몸을 지키는 방법
우리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에 쌓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생활로 인한 마음의 스트레스, 환경오염으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가 끝없이 맞물립니다. 우리의 몸은 쉴 틈이 없습니다. 부품이 하나, 둘 빠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야죠. 이런 상황에서라도 우리는 살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좋은 스트레스를 주자
좋은 스트레스라는 건 바로 '운동'을 말합니다. '도피 반응', '투쟁 반응'이 왔을 때 도망가거나 싸울 수 없으니 운동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해소시키는 겁니다. 운동을 통해 몸에 열을 내고 근육에 좋은 자극을 줌으로써 급격하게 올라가는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 양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긴장 완화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몸이 위기상황을 잘 넘겼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겁니다. 근력운동, 걷기 모두 좋은 운동이 될 수 있겠죠.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자
교감신경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자율신경이라면 부교감은 이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신경입니다. 내부에 집중하게 만들죠. 에너지를 보존하고 긴장과 피로를 풀어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교감신경이 발달하면 소화에 집중하고 침이 분비되고 몸이 노곤 노곤하면서 심박수도 느려집니다. 잠도 잘 옵니다.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긴장완화 방법과 동일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자연이 주는 휴식을 만끽하며 충분히 쉬어주는 것입니다. 주의할 것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특히, 정제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리며 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습니다. 몸이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해주면 됩니다. 명상, 마사지 등도 당연히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긴장을 줄이기
이게 사실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정말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평소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지속적인 성향을 띕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편함, 신체적인 불편함 모두 스트레스에 해당합니다.
우선 신체적 불편함은 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스턴트보단 자연식을 자주 먹고, 자연을 보며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자연을 가까이하는 습관은 현재 가진 스트레스를 줄이고 부교감 신경까지 자극하는 좋은 습관이라고 볼 수 있어요. 환경호르몬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단순 환경보호뿐 아니라 나 자신의 건강에도 이로운 습관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길은 바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상과 호흡법이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좀 더 근원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나는 스트레스받지 않겠다'라고 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마음공부가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야 어떻게 마음을 꾸려나갈지에 대한 방향도 잡힐 테니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마음건강을 주제로 다뤄보겠습니다.
긴장상태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두려운 마음마저 스트레스가 된다는 생각은 차치하더라도요). 긴장은 우리 몸이 살기 위해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한 몸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긴장을 잘 풀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봅시다.
본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이론 및 내용은 의료적 조언이 아닌 참고 수준의 일반적인 정보임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몇몇 성분에 대한 효능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내용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가진단은 권장드리지 않으며 의료인과의 상담을 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참고해서 같이 읽어보면 좋은 글: 2022.03.17 - [건강 공부] - 바이오 해킹에 대해 (개념,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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