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후기 2부에서는 갑상선 절제술 종류와 장단점, 중증환자등록 절차, 제가 받은 수술을 선택한 이유 등 종합병원에서의 경험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그 이전 과정은 1부를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갑상선암 수술 상세 후기 1부 - 발견부터 세침검사까지
갑상선암 수술 상세 후기 3부 - 수술과정, 통증, 흉터관리
오늘 쓸 이야기 (초록색)
- 건강검진 진단에서 갑상선 결절이라는 문구 발견
- 일반 갑상선 내과 (1차 병원) 내원
- 세침검사
- 세침검사 결과 - 종합병원 (2차 병원) 내원
- A 2차 병원 (중증환자 등록)
- B 2차 병원
- C 2차 병원
- 수술 예약
- 수술
- 진단서 발급, 보험 청구
- (연말정산을 위한) 장애인 등록
갑상선암 수술 기본 개념과 종류
갑상선암 수술은 기본적으로 갑상선이라는 장기를 몸에서 떼어내는 것입니다. 암세포가 얼마나 퍼져있냐에 따라 전부를 떼어낼 수도 있고 반만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이 여부에 따라 동위원소 치료라는 방사선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갑상선암은 림프절로 가장 전이가 많이 되는데 그 정도가 크지 않을 경우 보통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림프절 수술을 진행합니다. 경우에 따라 원격전이, 즉,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림프절은 전신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림프절을 타고 전이되는 겁니다. 이 때는 한 번의 수술로 모두 제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갑상선암 절제술은 암세포가 퍼져있는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수술 자체가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법은 아닙니다. 피부로 따지면 썩은 부위를 잘라내고 새 살이 돋기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갑상선과 같은 장기는 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전체 절제를 할 경우 대게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 호르몬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갑상선 절제술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일반 절제술
- 가장 일반적이고 오래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술 방식입니다. 사람이 외과적인 방법을 이용해 제거합니다. 목에서 쇄골뼈로 이어지는 부분의 앞면을 절개하기 때문에 수술 후 이 부분에 흉터가 남고 눈에 잘 띕니다. 크기는 반절제보다 전절제가 아무래도 흉터가 더 크지요.
장점: 비용이 저렴합니다. 암질환으로 중증환자등록을 통해 산정특례 해당자가 되면 수술비의 95%가 의료보험 처리됩니다.
단점: 눈에 띄는 목 전면부에 흉터가 남습니다. 피부 상처가 아물면서 비대해지는 켈로이드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일반 절제술을 고려하신다면 준비과정에서 반드시 켈로이드성 피부인지를 테스트하셔야 합니다.
(2) 구강 내시경 수술
- 구강으로 내시경을 넣어 진행하는 수술입니다. 입술과 아래 잇몸 사이의 점막에 3개의 구멍을 뚫은 후 내시경을 넣어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표면에 흉터가 남지 않습니다.
장점: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 같습니다.
단점: 비용이 일반 절제술보다는 비쌉니다. 그리고 뒤이어 소개할 로봇 절제술과 구강 내시경 수술은 기본 의료보험으로는 비용 청구가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 실손보험이 있다면 대부분 청구 가능합니다. 또한, 내시경을 통해 진행하다 보니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이 점은 일반 환자분들이 걱정하시는 문제이고 실제로는 경험 있는 의료진을 통해 수술받으시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하네요.
(3) 로봇수술로봇
로봇을 이용해 절제하는 수술방법입니다. 로봇 수술기는 3cm 정도로 환자 겨드랑이를 절개 후 로봇 팔을 집어넣어 갑상선에 접근시킨 다음 수술하는 방법입니다. 겨드랑이를 절개하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 작게 흉터가 남습니다.
장점: 보다 정밀하게 암과 전이된 주변 림프절까지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흉터가 남기는 하지만 일반 절제술처럼 눈에 바로 띄는 부위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심리적 거부감이 덜합니다.
단점: 비용이 가장 많이 듭니다. 구강 내시경 수술처럼 개인 실손보험이 있어야만 청구 가능합니다.
일반 절제술 선택 이유, 생각할 점: 수술 방식마다의 장단점과 본인의 개인 실손보험 여부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일반 절제술을 받았는데요. 저는 반절제라서 흉터가 크지 않기도 했고 나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준 덕인지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작은 흉터라도 싫다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일반 절제술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목주름을 따라 절개해 흉터가 잘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써주는 의사분들도 있습니다. 의사의 수술 스타일이나 세부적인 병원 정보는 병원마다 암환자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으니 그곳을 방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증환자등록
저는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 바로 '중증환자등록'이란 걸 했습니다. 중증환자등록은 건강보험 산정특례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함입니다. 산정특례제도란 진료비 부담이 높은 중증질환(암, 희귀 질환, 중증 난치질환, 중증치매, 중증화상, 결핵)에 대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입니다.
암환자로 중증환자등록을 할 경우 전체 치료비의 5%만 본인부담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수술 중 일반 절제술은 이 혜택의 적용을 받습니다. 기본 5년이며 5년 뒤 재발 확진을 받으면 기간 연장 신청이 가능합니다. 최근 기준이 바뀌어서 연장시에도 세포학적검사나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갑상선암으로 등록하는 경우 진단코드(상병코드), 질환명, 등록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병코드 (진단코드) |
질환명 | 등록기준 | 등록기준 예외적용 여부 |
등록기준 예외적용시 필수 검사항목 |
C73 | 갑상선의 악성 신생물 | 조직학적검사 또는 세포학적검사 | 가능 | 영상검사 |
출처: 국민건강보험 (2019)
'조직학적 검사'는 조직검사이고, '세포학적 검사'는 보통 세침흡인검사를 의미합니다. 조직검사는 1부에서 언급한 대로 수술 이후에 가능합니다. 따라서, 수술 전에 중증환자등록을 하려면 세침흡인검사나 영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야겠죠. 진단코드는 추후 보험 청구를 받을 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 꼭 숙지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험 청구 문제는 챙길 것이 많았기에 이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병원 선정과 수술 예약
저는 총 3곳의 병원을 내원했습니다. 각 병원마다 수술 방식이 다 달라서 담당의사에게 상담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종합병원에 가려면 그때마다 1차 병원의 진료의뢰서와 의료기록을 가지고 내원하셔야 합니다. 저의 경우 갑상선암 치료를 받은 지인의 추천으로 내원했던 마지막 3번째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생각할 점: 암 확진은 수술 이후에만 가능합니다
세침검사결과지를 보시더니 암일 확률이 99%라고 하시더군요. 가끔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서 수술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전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수술 결정을 내리기 쉬웠습니다. 이걸 좋아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세침검사 같이 수술 전에 이뤄지는 검사로는 임상진단만 나올 뿐 '확진'이 아닙니다. 아무리 확실해 보여도 100% 암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보험사에 '진단금'을 청구하려 해도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 사실상 지급받지 못합니다. 물론 검사비용은 중증환자 등록을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 크진 않지만 보험금 청구는 그 와는 별개의 문제니 까요.
생각할 점: 나에게 맞는 병원 찾기
'병원쇼핑'이란 표현 아시나요? 여러 병원을 '쇼핑하듯' 다니며 상담을 받고 수시로 예약을 취소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기회가 가지 못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요. 요즘엔 그런 말을 별로 안 쓰는 것 같지만 한동안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며 말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 또한 지나치게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한 데다 다른 환자들을 생각해서도 적절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정말 최선이라 생각되는 병원과 의사와 수술방법을 찾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수술은 자신에게 큰 일입니다. 갑상선 절제술은 다른 말기 암수술에 비해 간단한 수술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그런 시선도 존재하고요. 하지만 수술은 다 똑같이 큰 일입니다. 몸에 칼을 대는 일은 생각보다 후유증이 크게 남습니다.
그리고 수술방식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입니다. 솔직히 종합병원 같은 큰 의료기관에서는 환자가 참 잘못한 것 없이 작아지기 마련입니다. 이때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주는, 신뢰가 쌓일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맨 처음 내원한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러 정보를 얻으면서 더 많이 고민하고 다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았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수술 자체에 대한, 이를테면 의사나 수술방식에 대한 후회는 별로 없습니다. 병원을 고르는 것은 단순히 '쇼핑'이 아니라 내 몸을 맡길 사람을 내가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일종의 권리 행사입니다. 신발 하나, 먹을 것 하나를 사도 고민하는 데 하물며 생명을 맡길 병원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암환자 커뮤니티에도 가보시고, 주위에 경험 있는 지인이 있다면 물어보시면서 (참 가슴 아프지만 주위에 암 치료 경험 있는 지인이 한 두 명씩은 꼭 있습니다...) 많이, 충분히 알아보세요. 그 뒤에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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