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사'라는 책을 보면 '바이오 해킹'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바이오 해킹이란 무엇일까요? 바이오 해킹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그 필요성, 주의점 등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데이브 아스프리는 자신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상황을 통제하고, 그 과정에서의 몸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추적합니다. 결과치에 따라 방식을 바꿔가고 도입해감으로써 가장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종의 실험인 셈입니다. 그래서 DIY biology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바이오 해킹이란
바이오 해킹은 왜 해야 할까?
기능의학에 관심이 있거나 큰 병을 앓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00에 좋은 음식', '00의 효과' 등을 찾아본 경험이 아마 한 번쯤은 꼭 있을 겁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정보를 주고, 병원을 추천하며, 이로 인해 동종요법을 비롯한 수많은 치료법을 마주하시게 될 겁니다. 좀 더 본격적으로 기능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또한 수많은 이론과, 책과 주장 앞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다 같은 말을 해준다면 너무 좋겠지만, 어떤 이론들은 서로 완전히 상충되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식단이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저탄 고지(케토 제닉)부터, 케토 제닉의 일종인 육식만 하는 카니 보어, 현미채식, 뿌리까지 온전히 섭취하는 채식의 일종 마크로바이오틱, 녹말 채식, 단식, 단식 모방 식이 등등 식단의 종류도 무궁무진합니다. 이 중 과연 무엇을 따라야 하는 걸까요? 이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모든 이론은 다 '옳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이론은 저마다의 오랜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고, 그래서 나름의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질 만큼 유명한 이론은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그 이론을 따름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당 이론을 다룬 책을 읽다 보면 '이대로만 하면 나도 금방 건강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수시로 듭니다. (마치 재테크 책을 읽고 '나도 금방 부자가 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러니 여러 책을 읽고 다양한 이론을 알게 되면 될수록,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 좋아 보이니까요.
둘째는, 이것을 공부하는 이유가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즉,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크게 아플 수도 있고 정말.. 최악의 상황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함부로 아무거나 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가 의료에 있어서 만큼은 의료인들의 말에 이견을 달기 어렵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내용이 아니라면 믿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두려움'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의 몸은 유전, 환경, 습관 등 너무나 많은 조건들로 변화하기 때문에 같은 식단, 환경에 놓였을 때 같은 결과를 본다고 단정 지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는 채식을 하고 건강을 되찾기도 하지만 누구는 오히려 병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사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이오 해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괜찮아 보이는 이론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항생제와 수술 없이 내 몸의 면역력을 키워 건강해지고 싶다면, 그걸 '실험'해보는 것입니다. 내 몸에요. 조금씩 바꿔보는 겁니다.
바이오 해킹을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을까?
'최강의 식사'의 데이브 아스프리의 바이오 해킹 방식은 정말 대단하지만 일반인이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그 정도의 재력과 지식과 환경이 갖추어진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일반인이 바이오 해킹을 할 수 없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이오 해킹의 개념에 대해 제가 이해한 대로 다시 써보겠습니다.
바이오 해킹은 통제된 상황에서 일정 조건을 세팅한 뒤, 몸의 변화를 관찰하며 결과에 따라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최적의 결과를 유도하는 공부 방식입니다.
데이브 아스프리는 의료장비 등을 갖춘 상태에서 식단과 생활습관에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기록하죠. 우리도 똑같이 하는 겁니다. 다만, 장비는 없는 거죠. 그리고 우리의 몸을 '관찰'하는 겁니다.
의료장비가 있어서 일정 주기마다 혈액검사를 하고, 혈당을 재고, 케톤 수치를 재고... 하면 당연히 '확실'하겠죠. 무엇보다 마음에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주는 신뢰라는 건 어마어마하니까요. 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몸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느낌'이 옵니다. 우리는 그걸 '컨디션'이라고 하죠. 만약 오늘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건 몸의 컨디션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어디가 아프냐'라고 물어본다면 딱히 대답하긴 어렵지만 '뭔가 좋지 않음'을 느끼는 것이죠.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있습니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고, 활력이 넘치고 기운이 난다'라고 느끼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수치화된 데이터도 좋지만 사실 우리 몸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보내는 신호가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일상에서 바이오 해킹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바이오 해킹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 기능의학, 건강 주제 책들을 읽고 공부합니다 - 바이오해킹을 하려면 일단 뭐라도 알아야겠죠. 상황을 '통제'하고 '조건'을 세팅하려면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니까요.
- 본인의 현 상태, 생활습관, 식단 등을 체크한다 - 신뢰가 가는 이론을 찾았다면 그 이론에서 지적하는, 개선해야 하는 습관을 찾아 기록합니다. 그리고 개선하고 싶은 건강상태도 같이 기록합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이 두 가지 사항을 연계해서 생각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잦은 두통이 고민이라면 그걸 적고 두통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을 같이 적는 것이죠. 개선하고 싶은 점 '두통' - 의심되는 두통의 원인 '커피' - 이런 식으로요.
- '소거법'을 도입해 바이오 해킹을 실천합니다 - 이건 보통 알러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쓰이는 방식입니다. 내 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음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하나씩 제거해보는 거죠. 땅콩, 우유, 돼지고기 등이 있으면 일정기간 땅콩만 먹지 않고 상태를 기록하고, 일정기간은 우유만 끊고 기록하고.. 이런 식입니다. 꼭 알레르기가 아니어도 두통의 원인으로 '커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커피를 끊어보고, 그래도 두통이 계속된다면 내가 해보고 싶은 이론에 맞게 습관과 식단을 조금씩 바꿔보는 겁니다.
- '채우기'를 통해 바이오해킹을 실천합니다. - 3번의 해킹 방법이 일종의 '비우기'라면 4번에서는 '채우기'를 합니다. 안 좋은 습관과 음식을 끊어낸 것만으로는 아마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때 좋은 음식, 좋은 습관, 좋은 영양분을 채워 넣음으로써 몸의 회복을 돕는 것이죠. 예를 들어, 커피를 끊고 두통이 조금 완화되었으면 거기에 비타민b군을 섭취해 컨디션이 더 좋아지는지 지켜보는 거죠.
바이오 해킹의 주의점
말씀드렸다시피,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이론과 치료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제약과 의료계의 농간이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므로 말을 아끼겠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어느 한 가지 치료법을 너무 맹신하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가 없을 때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바이오 해킹의 목표가 결국에는 '스스로 나의 건강법을 찾겠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모든 치료법들은 모두 가이드라인이고 도움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초기 암이 아닌, 건강상태가 좀 많이 좋지 않은 분들께는 자신만의 판단으로 바이오 해킹이던 이런 기능의학적 치료법들을 시도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말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럽네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라포라고 하죠. 정말 해보고 싶은 치료법이 있다면 라포가 충분히 형성된 의료인과 상의하시면서 치유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도 절대! 제가 이렇게 하면 반드시 낫습니다!라는 의미에서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치료법들이 있다는 것을 일부나마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쓰는 것입니다. 일단 알아야 선택의 기회도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이오 해킹이라는 건.. 사실 너무나 지치는 일입니다. 건강이란 게 항상 좋아졌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나빠지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제된 상황'이라는 걸 현실에서는 만들기 불가능하니까요. 똑같이 먹고 똑같이 생활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오늘은 어제와 다른 점이 있을 것이고, 모든 원인을 다 파악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건강에 대해 아예 관심도 없던 시절보다는 훨씬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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