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왜 백미를 먹어왔겠는가?
서구 특권층은 왜 흰 빵을 먹어왔겠는가?
오늘은 지난번에 소개해드렸던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에서 주장한 녹말 식단과는 상당히 대척점에 서있는 이론이 담긴 건강 주제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스티븐 R. 건드리 박사의 <플랜트 패러독스>입니다. 위 인용구는 책의 서문에 적힌 문구인데요, 정제된 탄수화물이 오히려 몸에 좋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기존에 소개한 책이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는 반대되는 입장이죠. 그 이유는 이제 설명하게 될 렉틴 때문인데요. 정제 탄수화물을 먹어야 렉틴 섭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플랜트 패러독스>는 식물이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 때문에 채식을 반대하는 책이라고 오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어떤 식단보다 채식에 기반을 둔 식사법을 권장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렉틴이란 무엇인가?
책의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중심 키워드는 '렉틴'입니다. 사실 저도 이 책을 한 번 읽을 때는 좀 어렵더니 2~3번 읽으니 조금 감이 잡히더라고요. 간단하게 말해서 '렉틴'은 식물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교란시키는 물질입니다. 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렉틴이 있죠, 바로 <글루텐>입니다.
렉틴은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단백질 복합체로, 식물이 동물과의 싸움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결정적인 무기다. 유명한 렉틴, 글루텐에 대해서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 렉틴은 식물을 소비한 포식자 몸속의 탄수화물과 결합한다. 렉틴은 세포 표면을 표적으로 삼아 달라붙는다. 그들은 시알산, 즉 모든 생물의 혈관 표층 세포를 포함해 장, 대뇌, 신경 말단 사이, 관절, 체액에서 발견되는 당 분자와도 결합한다. 렉틴은 이런 구속 프로세스 때문에 "끈적한 단백질"이라고 불린다. 이는 세포들 사이의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거나, 독성이나 염증성 반응을 유발한다. 렉틴에 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에 취약하다. 렉틴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 외에도 체중 증가를 자극한다.
본문 <먹어 삼킬 수 있는 적> 중
렉틴은 당신 몸속에 있는 다른 단백질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렉틴은 그러한 단백질을 모방함으로써 숙주의 면역체계를 속여 면역체계가 자기 몸속의 단백질을 공격하게 만든다.
단백질은 특유의 바코드를 가지고 있고, 많은 바코드가 대단히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식물은 렉틴을 이용해 면역체계가 위험하게 여기는 화합물과 유사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스캐너가 혼란을 겪고 부적절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 마치 혈액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에 진짜 박테리아 감염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면역체계는 백혈구들을 소집해 공격 명령을 내린다. 이로써 염증이 생긴다. <...> 하지만 렉틴이 사용하는 가장 위험한 속임수는 우리의 중요한 여러 장기, 신경, 관절에 있는 단백질을 모방하는 것이다.
본문 <아군을 포격하게 만드는 사기꾼> 중
렉틴, 염증, 소염제 - 악의 순환고리
렉틴이 면역체계를 교란시키는 방법은 일종의 '위장술'입니다. 몸안에 있는 수많은 정상적인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그들을 '비정상'처럼 보이게 만들어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게 만드는 것이죠. 면역세포는 정상 단백질을 구분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책에서는 스캐너라고 표현합니다) 렉틴은 이 장치 인식에 오류를 일으킵니다. 결국 면역 세포라는 군대는 정상 단백질이라는 애꿎은 민간인을 공격하게 됩니다. 면역세포가 공격을 하면 필연적으로 '염증'이 생깁니다. '염증'이란 우리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염증이 생기면 소염제를 복용합니다. 그리고 소염제는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지난 50년 동안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은 무해하다고 여겨졌던 소염제를 먹는 것이 안전핀이 빠진 수류탄을 삼키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약들은 점액질 장 내벽에 큰 구멍을 낸다. 그 결과, 렉틴, LPS, 박테리아는 제방의 틈으로 들어오고 몸에는 이질적인 침략군이 넘쳐난다.
본문 <악순환의 고리는 소염제> 중
렉틴은 분자 단위가 큰 단백질입니다. 좋은 미생물이 충분한 몸에서는 콧물과 같은 점액이 잘 분비되고 이 점액질은 렉틴 같은 외부 단백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하지만 균형이 깨진 몸에는 점액질이 부족해지고 이러한 보호 기능이 약해지죠. 그 결과 염증이 일어나고 염증 자체를 없애고 싶어 소염제를 먹으면 점액질의 양은 더 부족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저자는 렉틴이 유발하는 질병의 목록을 소개하는데요, 가히 모든 질병의 원인이 렉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다 옮겨 적기에는 너무 많아서 대표적인 질병만 묶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골다공증과 같은 뼈 질환과 관절 통증
- 호르몬 질환 (갑상선, 부신 기능 장애, 불임)
- 여드름, 검버섯, 쥐젖 등 피부 질환
- 당뇨, 고혈압 등 성인성 질병
- 현기증, 귀울림, 브레인 포그
- 위장 질환 (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 체중 증가
- 암, 백혈병, 림프종
식물의 무기, 렉틴
식물은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사는 '생물'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기 보존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식물은 동물보다 생존에 훨씬 취약하죠. 바로 이 때문에 식물은 2가지 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식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2. 식물에겐 포식자를 죽이는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1번과 같은 이유로 식물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2번과 같은 이유로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2번에서 말하는 독성물질 중 하나가 렉틴인 것이고요. <플랜트 패러독스>는 식물의 2번 특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책입니다.
채식은 위험한가?
그렇다면 식물을 먹지 말아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문에서도 밝혔다시피 오히려 저자는 채소 섭취를 권장합니다. 다만, '올바른' 섭취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특정한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여기에 '역설'이 존재한다. 식물은 당신의 몸에 에너지를 주고, 당신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백 가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 등 영양분을 공급한다. 지난 15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환자가 '플랜트 패러독스 프로그램'을 통해 체중이 감소하고 갖가지 건강 문제가 해소되는 결과를 얻었다.
오히려, 이 책에서는 '깨끗하지 못한' 육류 섭취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육류의 대부분이 렉틴이 가득한 사료를 먹여 키운 가축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에만 렉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렉틴은 동물성 식품에서도 발견된다. 소를 비롯한 동물들이 렉틴으로 가득한 곡물이나 대두를 먹으면 동물의 젖이나 고기에도 렉틴이 들어가게 된다. <...> 실제로는 닭이 아니라, 꼬꼬댁거리며 걸어 다니는 곡물이나 콩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는 자신이 고안한 '플랜트 패러독스' 식단에서 어떻게 채소를 먹어야 하는지, 어떤 육류를 먹어야 하는지, 자세한 식단과 허용 음식, 금지 음식 목록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맺음말-개인적인 생각, 추천 이유
저는 사실 백미가 건강에 더 이롭다는 그의 주장은 렉틴의 해로움만 고려한 단면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랜트 패러독스' 다이어트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다른 여러 건강 식단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에도 오히려 백미보다 현미를 더 소화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쌀보다 밀가루가 맞는 사람도 있고요. 각자의 장 내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는 것 자체는 저도 동의하는 점입니다. 이 책의 식단은 <최강의 식사>의 저자, 데이브 아스프리의 케토제닉 식단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참고로 <최강의 식단>에서도 '항영양소'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식물 성분을 일컫습니다. 렉틴도 포함됩니다). 케토제닉 식단을 실천하신 분이라면 더 와닿을 만한 식단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갑상선 이슈가 있는 만큼 가능하다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네요. 이번에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글을 적느라고 렉틴이 많이 함유된 식품, 건강에 이로운 식품 등을 소개하지 못했는데요. 그건 다음에 개별 주제를 가지고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이론 및 내용은 의료적 조언이 아닌 참고 수준의 일반적인 정보임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몇몇 성분에 대한 효능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내용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가진단은 권장드리지 않으며 의료인과의 상담을 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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